‘맛있는 도시’란 맛은 둘째고, 풍부한 식재료가 문화적 특성에 잘 녹아 있는 도시를 뜻한다. 맛은 식당마다, 입마다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속초는 동해에서 가장 맛있는 도시가 아닐까. 산과 바다, 호수에서 각종 재료가 쏟아지고 이북 실향민이 정착하며 만들어낸 속초만의 음식 문화도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도시에서는 식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장 처음 먹고 싶은 게 정답이다. 권금성에 올라 찬바람을 좀 맞았더니, 하얀 순두부가 먹고 싶어졌다. ‘최옥란 순두부’로 향했다.
속초 순두부가 유명한 이유는 콩이 잘 자라는 토양 환경 덕분이다. 1960년대, 가정집에서 순두부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며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최옥란 순두부, 상호에 본명이 걸려있으면 거의 맛있다. 국산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드는 집이다. 이것저것 고민하기 싫으면 ‘옥란정식’을 시키면 된다. 부드러운 하얀 순두부, 맵싹한 빨간 순두부, 황태, 가자미전, 손두부, 도토리묵, 메밀전병, 밑반찬 등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순두부는 칭찬이 유난스럽게 느껴지는 음식이다. 담백하고 고소하며 포근했다. 햇살 좋은 봄을 닮은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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