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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이 마을에서 만난 아마이의 가자미식해, 김송순아마이젓갈

[Deep:in] 속초 김송순아마이젓갈 정가영 대표 인터뷰
2015년, 속초에서 최초로 지역 특산물 명인에 선정된 김송순 명인은 가자미식해의 전통을 자손에게 물려주었다. 김송순 명인의 손녀인 김송순아마이젓갈의 정가영 대표는 이제 3대째 그 맛을 이어오고 있다. 실향민의 그리움을 담은 가자미식해는 어떤 맛일까. 정가영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함경도 방언으로 동네 남자 어른들은 아바이, 여자 어른들은 아마이라고 부른다. 한국 전쟁 중 함경도에서 피난 온 실향민이 정착한 곳을 아바이 마을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당시 동해에선 명태와 가자미, 오징어 등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이 잡혔고, 함경도에서 해안선을 타고 내려온 실향민은 청호동에 자리를 잡고 어업을 하며 생계를 이었다. 금방 고향으로 돌아갈 줄 알았기에 대부분 제대로 된 집을 짓지 않고 오막살이를 했는데, 앞집, 옆집 할 것 없이 담 없이 방을 맞대고 살며, 판자로 벽을 짓고 기름종이로 천장을 만들어 지냈다고 한다. 그들의 애환이 담긴 아바이 마을에는 오늘날까지 옛 기억을 잇는 후손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송순아마이젓갈도 그중 한 곳이다.
김송순 명인은 어떤 분이었는지, 김송순아마이젓갈은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이북 음식인 가자미식해, 명태식해, 햇떼기식해와 명란젓까지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가게예요. 저희 할머니는 한국 전쟁 때 함경도에서 내려오셔서 4남매를 낳으시고 남편과 첫째 딸을 일찍 잃으셨어요. 그때부터 애들을 먹여 살려야 되니까 억척스럽게 사셨대요. 고무 다라이를 머리에 이고 새벽부터 ‘고기 삽세, 고기 삽세’ 외치면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 생선 판매를 하신 거예요. 그게 한 60년이 넘었어요.

식해는 할머니가 이북에서 친정어머니한테 배운 거예요. 여기서도 자주 담가 드셨대요. 처음엔 이웃분들하고 나눠 드시다가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까지 하게 되신 거죠. 이북 분들이 워낙 그 맛을 그리워하시니까. 그렇게 식해를 파신지 한 30년, 40년 정도 됐고요. 규모가 커지면서 저희 아버지(정성수 님)와 어머니(신현자 님)가 합류하셨고, 저도 15년 전에 서울 생활을 접고 내려와서 같이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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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식해를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김치가 지역마다 다르듯 가자미식해도 지역마다 조금씩 만드는 방법이 달라요. 저희는 할머니가 만드시던 방식을 고수해 오고 있어요. 가자미가 들어오면 곧바로 아버지가 머리하고 꼬리를 따서 넘기면 어머니가 내장 손질을 하세요. 그러면 제가 양쪽 지느러미를 가위로 자르고 다시 아버지가 토막을 내서 염장을 시키죠. 3일을 기다리고 소금기를 씻어내는 걸 일곱 번, 여덟 번 해야 돼요. 너무 짜면 쓴 맛이 나거든요. 중간중간 먹어보면서 체크해요. 그러고 나서 조밥이랑 고춧가루로만 1차 숙성시키고, 며칠 지난 후 다시 양념을 해서 한 일주일간 2차 발효를 시키죠. 15일 정도 시간이 걸려요. 완성되면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면서 숙성이 잘 되었다는 게 보이죠. 온도가 낮거나 찬기가 들어가면 숙성이 안돼서 2차 숙성할 때엔 이불도 덮어줘요. 보통 빨리 삭히기 위해 엿기름을 넣는 곳도 있지만, 저희는 무도 안 넣고 딱 생선이랑 좁쌀 그리고 양념만 사용해서 본연의 맛을 지켜요. 그래서인지 가자미식해의 근본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웃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네요.
정말 시간과 정성이 담긴 귀한 음식이에요. 어떨 때는 하기 싫어요. (웃음) 매번 정성으로 만들어도 똑같은 맛이 나오지도 않고요. 생선에 수분이 얼마나 함유되어 있는지, 날씨와 습도가 어떤지 작은 요소 하나하나에 전부 영향을 받거든요. 맛이 잘 안 나오면 버리는 일도 잦고요. 그런데도 저는 이런 음식과 가게가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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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가자미식해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가자미식해는 실향민 음식이니까 맛으로 드시는 분도 많지만, 기억과 그리움으로 찾으시는 분들이 더 많아요. 그런 것들이 모여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요즘 분은 가자미 식해가 무슨 음식인지 잘 모르시거나 먹어본 적 없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래도 저희 가게에선 가자미식해가 판매량의 60~70퍼센트 이상을 차지해요. 식해를 좋아하는 분들은 저희 가게 걸 찾아서 드시고요. 거창하게 하는 건 없지만 가족끼리 정성을 다해서 이어가는 오래된 작은 가게예요.
할머니와의 기억도 많나요?
엄청 많죠.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어요. 가까이서 살기도 했고, 일을 같이했으니까요. 할머니는 5년 전에 돌아가셨는데요, 그전까지 10년은 같이 일했던 것 같아요. 할머니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시는 반면, 저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고 싸움도 했었고요. 여장부 같고 말도 세게 하셨는데, 제가 힘들 때는 말없이 챙겨 주셨어요. 든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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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속초로 돌아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는 고향의 소중함을 몰랐어요. 중, 고등학생 때야 무조건 서울로 가고 싶었으니까요. 서울에서 한 7년을 가족하고 떨어져 사니까, 생선 냄새가 나면 그렇게 그립더라고요. 어릴 적에는 늘 생선 반찬이 올라왔거든요. 생선 가게였으니까. 그때는 생선이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서울에서 자취할 때는 생선 냄새가 나면 너무 먹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아, 고향의 맛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걸 알게 됐죠. 제가 실향민 3세대거든요. 그전까지는 실향민에 대한 애환을 깊이 느끼지 못했어요. 할머니한테 공감하지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때 고향이라는 게 이런 안정감과 포근함을 주는 존재라는 걸 느꼈죠. 그리고 막상 서울살이가 지방 사람에게는 쉽지 않더라고요. 밤새워서 일해도 좋은 소리도 못 듣고요. 그런 식으로는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아서 결심하자마자 바로 내려왔어요. 그래서 어렵게 결정하지 않았어요. 꼭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으로 내려온 것도 아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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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운영하면서 바뀐 부분도 있고,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보이는 부분에 신경을 쓰게 됐죠. 가게에 왔을 때 첫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공간을 새롭게 단장했어요. 맛은 아무래도 할머니 때부터 조금씩 변화됐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똑같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만드는 이에 따라 손맛이 다르니까요. 그래도 할머니 계실 때부터 절대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긴장감과 간절함이에요. 저희는 매번 두근두근한 심정으로 숙성된 가자미식해를 열어보거든요. 맛있게만 되면 그 일주일이 너무 행복해요. 아무 걱정도 없고요. 그런데 성에 안 찰 때도 있어서 확인하기 전에는 항상 떨리죠. 저희 어머니도 매번 제발 맛있게 되라고 비신 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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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미식해를 맛있게 먹는 팁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가장 맛있을 때까지 숙성을 시켜서 나가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먹는 게 맛있어요. 취향에 따라 다른데요, 완전히 삭은 걸 좋아하는 분들은 받고 나서 보름 후에 드신다고 하고요. 그런 게 싫으면 바로 냉동 보관하면 돼요. 숙성을 하면 할수록 비린 맛은 없어지고요. 시큼털털해지면서 마지막에는 새콤한 맛이 강해져요. 가자미식해는 그냥 따뜻한 흰밥 위에 올려 먹는 게 제일 맛있어요. 가위로 무말랭이 굵기 정도로 썰면 먹기 편해요. 누룽지랑도 잘 어울리고, 막걸리 안주로도 딱이에요. 와인이랑 드시는 분들도 있고요. 들기름 막국수에 같이 먹어봤는데 그 조합도 되게 맛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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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단정하단 인상을 받았어요. 공간을 구상할 때 가장 신경 쓴 점이 있다면?
‘젓갈 가게 같지 않아요.’ 라는 말이 듣고 싶었어요. 젓갈 가게가 가진 이미지를 벗어난 공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러면서도 저희만의 정체성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카페나 예쁜 공간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에 목수 한 분을 섭외해서 원하는 느낌을 말씀드렸죠. 공간을 잘 만들고 나니 오시는 분들이 지나가면서 여기는 어떤 가게인지 여쭤보시고, 공간이 예쁘다고 칭찬도 해주시고요.
앞으로 계획 중인 일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최근에 속초시에서 진행한 ‘달그락 활력소’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간 홍보를 인터넷으로만 해서 오히려 속초 분들이 이런 가게가 있는지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속초 주민분한테 알리는 게 우선이었는데 말이죠. 앞으로는 속초시에서 진행하는 로컬 프로그램이나 지원 사업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려고 해요. 소규모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맛이니까, 지금의 맛을 유지하는 데 신경 쓰고 노력하는 건 계속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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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로컬의 여행법!
정가영 대표가 소개하는 아바이 마을
가게가 자리한 이곳은 주택 단지인데요, 그래도 벽화마을도 있고, 바다로 빠지는 골목들이 있어요. 요즘엔 골목이 남아있는 동네가 별로 없으니까 골목골목 걸어보는 여행을 추천하고 싶어요. 옛 주택도 구경하면서 골목 산책을 하거나 바다까지 쪽 한 바퀴 도는 것도 좋고요. 그러다가 갯배를 타고 건너가서 중앙시장에 다녀오는 것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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