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행의 첫 페이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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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KCHO

속초 서점 투어

자세히 보아야 사랑스럽다,
문우당이 그렇다.

Sokcho Book Tour
속초 서점 투어
"태어났을 때부터 저의 집은 서점이었고, 찾는 사람들은 다양했습니다. 또래의 아이부터, 각을 잡아 눌러 쓴 중절모 사이로 흰머리가 비치는 노년의 할아버지, 말끔히 다려입은 군복을 입고 휴가 나온 군인들까지... 저마다 다른 경험과 기억들로 채워져 있을 이 공간에서, 서가는 가장 우직하고 정직하게 자리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속초의 서점 '문우당'의 이해인 디렉터의 말이다. 가업이 서점이라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더 멋진 일이고. 그 멋진 일을 이해인 디렉터가 지금 해내고 있다. 제대한 후 할아버지의 병 간호를 위해 고향에 내려왔다 서점을 시작했던 아버지처럼 그도 회사를 다니다 서점 인테리어를 돕기 위해 내려왔다 가업을 잇게 되었다.
이해인 디렉터를 비롯해 문우당 직원들은 '생활의 달인'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의 달인'이었다.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경험하는 곳으로서의 서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책을 사기 위해서, 책을 읽기 위해서, 책장을 두리번거리기 위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문우당을 찾았다.
문우당서림
분주함 속의 질서
문우당은 속초 여행의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이라 기대감을 가지고 오게 된다. 그런데 큐레이션이 잘 되어 있는 로컬 서점에 익숙한 방문객에게는 다소 산만해 보일 수도 있다. 아이들 참고서와 문제집까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삶의 일부, 자칫 산만할 수도 있는데 영토 구분이 잘 되어 있어서 그렇지는 않다.
반면 대도시에서 대형 서점만 다녔던 사람이라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브라운관 TV를 보다 평면TV를 보는 느낌이랄까. 서점에 왔는데 북카페에 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클릭 몇 번이면 책이 배달되는 세상이다. 서점은 클릭으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 문우당은 그 어려운 걸 해낸 몇 안 되는 서점이다.
작은 것에 대한 애정
이곳은 문우당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편안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공간에 'ㅁ'과 'ㅇ'과 'ㄷ'이 잘 펼쳐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안정된 느낌을 준다. 서점이 아니라 북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다. 롯데리조트속초가 문우당을 로비로 끌어들일 때 'ㅁ'과 'ㅇ'과 'ㄷ'은 디자인의 기본 패턴이 되어주었다.
전체적인 책의 배치에 있어서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점의 아랫목을 독립출판물에 내주었다.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서점치고는 큰서점인데도 독립서점이라는 이미지를 받게 된다.

부지런한 진정성
서점은 한가롭지만 서점 직원들은 분주했다. 그들의 부지런한 몸짓이 좋았다. 바빠서라기 보다는 일을 즐기는 사람들이라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만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머리도 그렇다. 정중동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는데 수시로 의논해서 책 배치 등을 논의한다고 했다.
소통은 디테일에 대한 섬세한 고려도 이어졌다. 책을 담을 봉투를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했다. 마지막까지 대접받는 느낌을 준다. 문우당을 '문테일'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문우당은 속초에 있지만 바닷가가 아니다. 대단한 인테리어를 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제공해준다.

원재료의 맛
책을 요리에 비유한다면 문우당은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방식을 택한 책요리점이라 할 수 있다. 책의 원재료가 무엇일까? 문우당은 책의 속살을 드러낸다. 좋은 구절을 뽑아 여기저기 노출한다. 그래서 방문자는 과일을 따듯 구절을 뽑아먹을 수 있다. 이것 또한 부지런함이 빚어낸 결실이다. 그들은 자신이 읽은 감상을 바탕으로 큐레이팅을 했다. 책 큐레이션을 보면 나름 주제를 파고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카페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드는데 커피를 팔지 않는 곳이었다는 게 문우당의 또다른 재미다. 커피를 팔아도 좋을 것 같은데, 잘할 수 없으면 함부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에 카페를 하지 않는단다. 존중할만한 판단이다.


모두를 위한 큐레이팅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한 세대를 큐레이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다른 세대가 소외된다. 큐레이션이 잘된 독립서점은 보기에는 멋지지만 막상 가보면 '내가 읽을 만한 책은 없구나'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여러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책으로 큐레이션 해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문우당은 후자를 택했다.
누구의 삶은 맞고 누구의 삶은 틀린 것이 아니듯 여행도 누구의 여행은 맞고 누구의 여행은 틀린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삶의 결이 여행에서도 나타난다. 여행지의 서점이라면 그 다양한 결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텐데 다양한 앵글로 큐레이팅한 문우당의 책꽂이에는 그런 결이 종합적으로 나타난다.

질서 있는 잡스러움
동아서적과 함께 문우당은 속초 시민들의 '시민서점'이다. 7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적다면 적은 인원이지만 소도시의 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기적적인 일이다. 8만 5천명의 속초 시민 중에서 문우당 회원이 3만 5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가족회원이 많다고 한다. 마일리즈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데 부모가 쌓은 마일리즈를 아이들이 쓸 수 있어 '책 읽는 가족'을 만드는데 일조한다고 한다.
다양한 취향이 빚어낸 그 곁에는 아버지의 우주와 딸의 우주가 겹쳐있고, 남성의 우주와 여성의 우주가 겹쳐있고, 어른의 우주와 아이의 우주가 겹쳐있다. 여러 개의 우주가 삶의 본질 아닐까? 문우당의 이런 복잡함은 '질서있는 잡스러움'이라는 이율배반적 표현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문우당이 여행지의 서점으로 적합한 이유다.

여행자라운지
문우당이 책을 큐레이션 하는 것ㅘ 함께 속초를 큐레이션한다. 역설적으로 여행지에 있을 때 여행 중이라는 느낌을 못받을 때가 있다. 특색 없고 도심 비주얼이 엇비슷한 지방도시에 갔을 때가 그렇다. 속초 시내에 있으면 사실 여행지 느낌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문우당에 가서 속초를 재해석한 책을 보면 속초를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로컬 서점의 의무이기도 할텐데 문우당은 그런 의무에 충실했다.
여행의 반은 날씨다. 하지만 날씨는 섭외가 불가능하다. 속초에 여행갔다가 비나 바람을 만나서 혹은 날이 너무 흐려서 아쉬울 때는 문우당을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소도시 여행의 한 방식으로 추천할 만하다.


동아서점
고른 책을 계산해 달라고 했더니 주인이 사인을 해주겠다고 한다.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알고보니 본인이 저자였다. 주인공은 속초 동아서점을 3대째 경영하고 있는 김영건 대표. 21세기북스의 '대한민국 도슨트'시리즈의 첫 번째 책 <속초>의 저자였다. 바쁜 시간에 갔기 때문에 김 대표와 이야기는 못나눴지만 <속초>를 읽으며 그의 남다른 고향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서점은 문우당과 쌍벽을 이루는 속초의 서점이다. 역사는 동아서점이 조금 앞선다. 문우당은 1984년 열었는데 동아서점은 1956년 '동아문구당'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두 서점의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전면에 디스플레이하는 책의 칼라도 다른데, 비교하자면 동아서점이 좀더 인문적이고 아카데믹하다. 속초에 관한 다양한 책들도 보기 좋게 큐레이션 되어있다.
완벽한 날들
문우당 동아서점과 함께 속초 서점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완벽한날들'은 조금 결이 다른 곳이다. 이곳은 '북스테이'로 2층에 게스트하우스가 있고 1층에 서점이 있는데 북카페 형식이다. 서점 손님의 2/3 정도가 게스트하우스 손님으로 책을 읽으며 한적한 시간을 보낸다. 속초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어서 버스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칠성조선소 북살롱

칠성조선소 북살롱은 서점이면서도 편집숍에 가깝다. 할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칠성조선소'를 물려받은 최윤성 대표는 속초의 손꼽히는 명소로 만들었는데 카페와 함께 북살롱도 방문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북살롱은 속초 서점투어의 서점 중에서 바다에 면해 있어서 입지가 가장 좋다. 여기서 자신의 결이 맞는 책을 한 권 사서 칠성조선소 카페에서 읽는다면 여유로운 속초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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