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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제주 감귤의 꿈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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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in] 제주 샛별한라봉농장 김종우 대표 인터뷰

가을이 깊어질수록 감귤은 여물어 제주를 노랗게 물들인다. 여름 쪽빛을 비추던 중산간과 들녘이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것이다. 색채 변화는 느리지만 어김이 없다.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서서히 빛깔을 바꾸고는, 어느덧 샛노란 장관을 펼쳐 보인다.
뜨겁던 한철에 중산간과 들녘 곳곳에서 땀 흘려 일군 황금빛 풍요, 느리지만 어김없이 지켜 낸 제주의 약속들. 김종우 샛별한라봉농장 대표 또한 약속의 계절을 향하여 천천히, 견고하게 걸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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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대표’ 보다 ‘감귤 명인’이라는 호칭이 널리 알려진 것 같습니다.
농촌진흥청이 매년 과수, 식량, 축산 등의 분야에서 최고 농업기술 명인을 선정해요. 저는 2021년 과수 부문 수상자이고요. 감귤 농업인으로서 명인은 최초였고, 현재도 그래요. 선정 당시에 무척 기쁜 한편, 큰 책임감을 느꼈어요. 제가 잘못되면, 이제는 그것이 개인적인 실패만은 아닌 거잖아요.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죠.
그 외에도 수상 경력이 대단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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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가 지정 농업 마이스터가 되었고, 2015년에 새농민상 장관상을 받았어요. 2019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되었지요. 이전에 서울에서 20여 년간 직장 생활을 했거든요. 그때는 상을 하나도 받지 못했어요, (웃음) 이렇게 농사를 짓는 동안에는 지금껏 상을 22개나 받았네요. 감사한 일이죠.
김종우 대표는 제주 서귀포시 신효동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에 육지로 건너가 공과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IT 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2000년대 초, 갑작스럽게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모든 직원이 뿔뿔이 흩어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뜻하지 않게 일자리를 잃고 고민했다. 무엇을 해야 하나? 2002년, 그는 감귤 농사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고향 신효동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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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음으로 감귤 농사를 결심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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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2000년대 초부터 한라봉이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잖아요. 그 무렵, 일각에서 과잉 생산 물량을 폐기하자는 주장이 나왔어요. 가격 하락을 막자는 논리였죠. 동의할 수 없었어요. IT 기업에서 일한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감귤의 부가가치는 무궁무진했어요. 재배에만 머무르는 시선을 가공, 유통, 홍보, 판매 등으로 확장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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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농사에 IT를 접목한다는 게 마냥 쉬웠을까요. 저는 많은 실패를 경험했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그랬죠. 업계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봤다가 실패한 사례가 수십, 수백 개예요. 저와 함께 실직했다가 다른 회사로 이직한 동료들이 위로해 주더군요. 고마우면서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이제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면 그만이거든요. 이런 마음가짐이야말로 감귤이 저에게 준 귀한 선물이에요.
김종우 대표는 감귤 농사의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길들을 열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타이벡 농법. 6월과 7월 사이에 다공질 필름인 타이벡을 농장 바닥에 깔아서 폭우에도 토양이 적당하게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다. 타이벡은 햇살을 반사해 감귤 나무 구석구석 뿌리는 역할도 한다. 여기에 반도체 칩을 내장한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태그를 감귤 나무마다 달아 온도, 습도 등을 자동 파악하여 조절하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도입했다. 감귤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껍질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감귤박 활성탄 제조 기술’을 특허 등록하기도 했다. 이렇게 새롭게 개척한 길들은 모두 그가 꿈꾸는 하나의 목표를 향하고 있다. 제주를 더욱 풍요로운 황금빛으로 물들일 그것, 감귤 농가의 수입 증대이다.
농장에 교육장이 있네요.
나만 잘되려 해서는 결코 잘될 수가 없어요. 세상 이치가 그렇죠. 같이 나아갈 때, 서로 밀어주면서 나아가게 돼요. 감귤 산업을 위해 제가 기울인 노력, 그러니까 연구해서 시도하고 결국에는 성공한 시스템을 업계에 보급한 세월은 결실이 되어 돌아와요. 교육도 그런 일환이에요. 그동안 여기에서뿐만 아니라 각종 외부 강연을 통해 수천 명을 교육했어요. 전수한 기술이 아깝다는 생각은 당연히 해보지 않았고요. 오히려 뿌듯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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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감귤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나요.
1960~70년대 제주 사람들은 감귤 나무를 ‘대학 나무’라고 불렀어요. 감귤 몇 상자를 팔아서 자식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죠. 저는 그 풍요가 다시 현실이 되길 바라요. 생산자가 땀을 흘린 만큼 수익을 올리는 거죠. 그런 보상 과정이 정착되어야 소비자 역시 보다 쉬운 방식으로 다양한 감귤 제품을 만나게 될 거예요. 이토록 맛난 제주 감귤을 우리가 함께 누리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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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김종우 대표는 육지에서 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점심에 짬을 내어 인터뷰에 응했던 그가 오후 강의를 해야 한다며 일어났다. 교육장으로 가기 전, 그는 귤을 건넸다. “맛있을 거예요.” 정말이었다. 제주의 황금빛 풍요를 응축한 듯 감귤은 무척이나 짙고 깊었다. 농장에서 나와 우리는, 조금 전보다 선해진 시선으로 노랗게 물든 중산간과 들녘을 바라보았다. 느리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제주의 계절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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