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무려 1만8,000여 명의 신이 산다. 신들은 마을마다, 그리고 제주민의 삶 곳곳에서 일상과 생로병사를 관장해왔다. 당오름 기슭에 있는 ‘송당 본향당’은 이토록 많은 신의 시조 격인 ‘금백조할망’을 모시는 신당이다. 금백조할망은 ‘백주또할망’이라고도 하는데, ‘강남천지국’ 출신으로 제주로 건너온 후, 소로소천국을 만나 혼인했다. 금백조할망은 농경의 신, 소로소천국은 수렵, 목축의 신이다. 생산력이 탁월했던 부부는 아들 18명, 딸 28명을 낳았고 368명의 손자 손녀를 얻었다. 이 자손들은 제주 각지로 흩어져 마을 신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송당 본향당은 제주도 각 마을에 있는 신당의 본원으로 추앙받았고 그렇게 ‘불휘공(태초의 뿌리)’이라 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