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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

 

한여름 제주를 맛있게, 시원하게 !
제주 미식 투어

여름이 되면 입맛이 떨어진다? 제주에선 아니다. 햇살이 시리도록 투명한 여름날 제주가 건강하고 맛깔난 먹거리를 내어놓는 덕분이다. 땅과 바다의 산물이 향연을 펼치는 맛의 섬 제주를 누비는 동안, 입맛은 시원하게 되살아난다. 제주국제공항에 내려 섬을 일주하면서 명소와 계절 진미를 함께 즐기는 여행, 그 꿈같은 여름 제주 미식 투어를 시작한다.
노포의 웅숭깊은 맛, 유리네식당
아무리 아름다운 제주일지라도 허기져서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제주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걸리는 위치부터 마음에 쏙 든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허기를 채우기에 맞춤인 셈이다. 게다가 양 많고 맛있다는 찬사를 수십 년째 받은 노포라는 점이 설렘을 배가하기까지.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아는, 손꼽히는 제주 노포 ‘유리네식당’이다.
문을 열자마자 셀럽의 사진과 사인으로 빼곡한 벽을 마주한다. 가만 보니, 놀랍게도 모든 벽이 온통 그렇다. 궁금해진다. 얼마나 맛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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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갈치구이와 고사리육개장이 기본 반찬과 함께 상에 오른다. 반찬 중엔 무려 자리돔이, 그것도 세 마리나 있다. 메인 요리인 갈치구이의 두께가 보통이 아니고, 고사리육개장 또한 내용물이 푸짐해 눈이 먼저 배부를 지경이다. 갈치구이를 발라 한입, 고사리육개장을 떠 한입. 바다와 땅에서 갓 넘어온 싱싱한 향기가 씹을 때마다 몸을 적셔 주어 사람도 향긋해지는 듯하다. 깊디깊은 이 느낌, 하기는 1992년 문을 연 뒤 33년간 깊이를 더한 맛이다. “할머니, 어머니에게서 전수한 레시피에 손님을 위하는 진심을 가미하여 조리해요. 매번 성산포에 가서 최고급 식재료를 골라 구매하고, 특히 갈치는 비싸도 통갈치보다 크고 맛난 대갈치만 가져오고요. 고사리육개장은 제주 돼지로 육수를 내죠. 가족에게 줄 수 없는 음식은 만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일해요.” 유리네식당 최진선 대표의 말을 들으며 다시 한입. 바다와 땅의 향기가 이토록 깊디깊다.
  • 제주 제주시 연북로 146
  • 9:00am~21: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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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밀면의 정수, 영해식당
제주시에서 출발한 여정은 서쪽으로 이어진다. 곽지·금능·협재 해수욕장 중 하나를 만끽하고, 금오름이나 새별오름에 오른 후 서광차밭에서 사진을 찍었다면 갈치구이로 부른 배는 푹 꺼졌을 것이다. 더위에 뜨거워진 몸을 식혀 줄 음식이 간절하다. 모슬포 ‘영해식당’ 간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문에 적힌 문구에 대뜸 시선이 꽂힌다. ‘Since 1954’. 71년째 영업하는 식당은 어떤 맛을 보여 줄지. 테이블 몇 개가 전부인 아담한 실내 한편에 앉아 밀냉면과 수육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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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돼지는 안 써요. 어제나 엊그제 도축한 제주흑돼지로 수육을 요리하죠. 밀냉면은 돼지랑 소 사골을 섞어 이틀간 국물을 우리고요. 양념은 할머니가 개발하고 어머니가 완성한 재료 배합 방식 그대로 만들어요.” 문석주 대표의 말을 듣던 중 음식이 나왔다. 먼저 수육을 입에 넣었다. 야들야들한 비계가 사르르 녹아 입안을 축이고, 그다음 도톰한 살코기가 묵직하게 젖어 들더니 비계처럼 촉촉하게 흩어진다. 살코기와 비계의 비율과 맛 모두 환상적이다. 밀냉면은 어떤가. 살얼음 동동 뜬 육수를 한바탕 휘젓고 면을 건져 먹자, 와…. 여름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청량한 가을바람이 스치는 양, 면과 육수의 시원한 기운이 온몸에 번진다. “식재료인 고추, 오이, 상추 다 직접 키운 거예요. 손님에게 최고의 맛을 선물해 드리고 싶어서요. 할머니가 그랬고 어머니도 그랬죠.” 71년을 이은 맛은, 이렇게 계속 무르익는다.
  •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상가로 34-2
  • 10:50am~7:30pm(비정기 휴무)
  • 밀냉면(소) 8,000원, 수육(소) 8,000원
제철 맞은 제주 물회, 바다나라횟집
제주 서쪽 탐방을 마치고 동쪽으로 나선다. 함덕해수욕장, 용눈이오름, 성산일출봉을 방문하기에 앞서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 한다. 제주 동쪽 여행의 기점 격인 서귀포시에서도 자리돔의 산지 보목포구에 당도한다. 제주 자리돔은 여기 보목과 모슬포 바다에서 많이 잡는다. 보목은 모슬포보다 물살이 느려 자리돔 뼈가 부드럽고, 그 때문에 물회로 먹기에 알맞다. 마침 자리돔은 물론이고, 한치가 제철이어서 물회를 즐길 요량으로 포구 복판의 ‘바다나라횟집’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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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음식 하는 데는 아끼지 않아서요, 하하.” 제주식 된장 한치 물회, 새콤달콤한 자리돔 물회가 산봉우리처럼 수북하게 솟아오른 장관에 우리가 놀라워하자, 올해 예순다섯 양선숙 대표가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 중문동에서 자란 그는, 일대에서 음식을 제일 맛나게 했던 어머니에게 요리를 배웠다. 현재 이 집 주요 메뉴인 제주 전통 된장 물회, 새콤달콤 물회가 어머니의 ‘손맛 레시피’를 이어받은 것이다. 레시피는 공개한 적 없는 비밀. 아무렴 어떠하랴. 손님은 그저 한 세기 동안 명맥을 유지한 이 집 물회가 이리 푸짐하다는 사실이 황송할 따름이다. 이제 먹을 차례다. 잔뜩 부풀어 오른 제철 한치와 자리돔이 입안에서 흥겨운 잔치를 벌인다. 별빛 쏟아지는 여름밤, 해변에서 벌이는 축제 같은 흥겹고도 신비로운 감칠맛. 서울에서, 부산에서, 전국에서 숱한 미식가가 물회를 먹고자 바다 건너 여기를 찾는다는 대표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축제를 놓칠 수는 없을 테니까. 물회가 가장 맛난 제주의 여름이기에 더더욱.
  • 서귀포시 보목포로 55
  • 9:10am~9:00pm
  • 한치 물회 1만 5,000원, 자리돔 물회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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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건네는 마음, 점점
제주시 근처에 다다라 숨을 고른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 조천읍 신촌리, 고즈넉한 골목을 걸어 푸른 바다가 바라보이는 곳에 선다. 쪽빛 물결이 하얗게 부서지는 해안에서 생각한다. 이 바다를 앞에 두고 커피 한잔 마시면 좋겠다고. 제주 바다와 붙다시피 가까운 카페 ‘점점’에 들어, 통유리 너머로 수평선까지 오로지 물결인 풍경을 마음에 담는다. 1층과 2층, 테라스의 구조와 유리창 생김새가 각각 달라 차례차례 바다를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여름 제주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이보다 훌륭한 장소가 또 존재할까. 예쁜 지금을 더 어여쁘게 만들어 줄 여름 메뉴를 정했다. 초당옥수수 아이스크림과 초당옥수수 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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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0년간 공부했어요. 그때 자주 먹은 옥수수 아이스크림을 저희만의 메뉴로 개발하여 선보인 거죠.” 바쁘게 초당옥수수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김지은 대표가 짬을 내 설명한다. 옥수수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린 모습부터 범상치 않다만, 무엇보다 맛이 정말 특별하다. 라테도 그렇거니와, 아이스크림에서 참으로 진한 옥수수 맛이 배어나와 먹는 내내 눈이 절로 감긴다. 오직 음미하는 데만 집중하게 되는 매혹적인 맛이다. “소프트믹스는 사용하지 않아요. 원유를 15퍼센트 이상 비율로 넣어 직접 빚죠. 그래야 아이스크림이 ‘리치’해지거든요. 1년간, 나름 열심히 연구했어요. 인기 메뉴인 한과도 한라산 생꿀을 직접 끓여서 내요.” 왜냐고 물었다. “제가 수고스럽대도 손님이 만족하시길 바라거든요. 그래서 가게도, 제주도 다시 찾아 주시길 소망하고요. 그거 하나로 충분해요.” 그의 말이 맞았다. 꿈같은 제주 여행이 다시 현실이 되기를, 아이스크림을 오물거리며 우리는 통유리 너머 푸른 바다처럼 푸르게 소망하고 있으니.
  •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2384
  • 11:00am~8:00pm
  • 초당옥수수 아이스크림 7,500원, 초당옥수수 라테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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