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탑, 석등, 금동대향로 등 백제 유물에는 연꽃 문양이 자주 등장한다.
백제인은 흙탕물 속에서도 청정함을 잃지 않고 꽃을 피우는 연꽃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느꼈던 것이 분명하다.
연꽃에 대한 애정은 시간을 뛰어 넘어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해사한 연꽃이 연못을 가득 수놓는 7월, 연꽃을 오감으로 만끽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글: 박진명 사진: 신규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궁궐 연못, 궁남지
부여서동연꽃축제가 열리는 메인 무대이자 백제 무왕 35년(634)에 지은 별궁의 연못. ‘궁궐의 남쪽에 연못을 팠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서 유래해 ‘궁남지’라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연못이며, 서동요의 전설이 얽힌 장소이기도 하다. 무왕이 선화공주를 위해 만들었다는 설화가 있기 때문. 연못 중앙의 정자 포룡정은 서동요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풍경을 완성하는 조경 요소다.
포룡정 외에도 연못 주변에는 백제 시대의 우물과 몇 개의 주춧돌, 물길과 배수 시설이 일부 남아 있어 당시 흔적을 전한다. 백제가 멸망한 뒤 이곳은 농지로 이용됐지만, 1965년 3년간의 준설 작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수련, 홍련, 백련 등 다양한 연꽃이 피는 궁남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연못과 수생식물 그리고 산책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수양버드나무 등이 어우러져 있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연꽃과 수양버들을 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을 함께 거니는 듯하다. 자연의 변화를 그대로 품은 이 풍경 속에서 백제인의 섬세한 조경 감각을 느껴보자.
주소 :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117
운영 시간 : 연중무휴 24시간
부여의 향긋한 별미, 연꽃이야기
궁남지의 연꽃은 부여의 식문화에도 깊이 스며 있다. 연잎, 연근, 연자 등 연의 모든 부위가 식자재로 활용된다. 특히 지천에 자라는 연잎을 따다 찐 연잎밥은 오랜 전통을 간직한 부여의 별미. 몸에
좋은 녹두, 수수, 검은깨, 해바라기씨, 콩 등을 넣은 찰밥에 은은한 연꽃향이 베어 있어 건강하고 향긋한 한끼를 맛볼 수 있다. 연꽃이야기는 궁남지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자리한 연잎밥
전문점이다.
토굴집을 모티프로 지은 건물에 들어선 연잎밥에 훈제 오리구이를 곁들여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한상차림을 선보인다. 매일 아침 2시간 동안 우린 육수로 완성한 깊은 맛의 버섯 전골까지
더한 백련 정식은 이곳의 대표 메뉴. 식사 후엔 고즈넉한 연못과 정자, 그네 등이 마련된 정원을 거닐며 궁남지의 여운을 이어가보자.
주소 : 부여군 부여읍 성왕로 22
운영 시간 : 화~일요일 11:00am~9:00pm, 월요일 휴무
가격 : 백련 정식 2만3,000원, 연잎밥 정식 1만9,000원
백제의 시간을 품다, 정림사지박물관
백제인에게 연꽃은 불교적 상징물이었다. 진흙 속에서도 맑고 고결하게 피어나는 연꽃의 특성은 번뇌 속 진리를 깨닫는 불교의 이상과 맞닿는다. 성왕 16년(538), 수도를 사비(현재의 부여)로 옮긴
백제는 문화의 황금기를 맞이했는데, 그 중심에는 정림사가 있다. 사비시대(538~660)의 대표 사찰로, 백제의 정치∙문화∙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한 곳이다. 오늘날 부여에는 정림사지 5층석탑이 남아 있어
백제의 화려했던 위상을 그대로 전한다. 국보 제9호로 지정된 이 석탑은 완벽한 비례, 균형미, 섬세함을 자랑하며 후대 신라와 고려의 석탑 양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보 제9호로 지정된 이 석탑은 완벽한 비례, 균형미, 섬세함을 자랑하며 후대 신라와 고려의 석탑 양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림사지 옆에는 2006년 개관한 정림사지박물관이 자리해 있다. 백제 사비시대의 불교와 건축, 생활문화를 생생히 담아낸 전시 공간으로 들어서면 발굴 유물과 정림사 복원 모형이 백제의 삶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연꽃무늬 수막새. 하나하나 정교하게 새겨진 문양을 바라보고 있으니 연꽃이 백제 문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였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에 연꽃이
피어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앞에서는 누구나 발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화려한 조명과 영상 속에서 마치 극락정토를 천천히 거니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주소 : 부여군 부여읍 정림로 83
운영영 시간 : 화~일요일 9:00am~6:00pm, 월요일 휴무
활짝 핀 연꽃이 둥둥 떠다니는 차 한 잔의 여유, 백제향
부여의 오랜 시간 속, 전통 찻집 백제향은 10년 동안 한 자리에서 연꽃차의 향을 은은히 전하고 있다. 연꽃이 피는 6월부터 약 50일 동안, 운영자의 하루는 더욱 분주해진다. 매일 새벽, 직접 가꾸는
연꽃 농장에서 개화 전에 수확한 생화를 그날의 차에 활용하기 때문이다(비개화기에는 이전 해에 채취해 농동 보관한 연꽃을 사용한다).
봉우리를 오므린 연꽃 위에 덖은 연잎차를 천천히 부으면 꽃잎이 한 장 한 장 피어오르며 잎 사이로 아련하게 스민 여름의 기운이 퍼진다.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아 마실 때 부담이 없다는 것도 또다른
매력이다.
‘부여 연꽃빵’ 역시 이곳의 인기 메뉴 중 하나. 곱게 간 연꽃잎을 반죽에 넣고 그 속에 팥앙금을 채운 빵은 운영자가 직접 개발한 제품으로, 꽃잎의 쌉싸름한 향과 팥앙금의 은은한 단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박스 단위로 구매할 수 있어 기념품으로도 손색없다.
트래브러리 부여 6월호 수요쿠폰(연꽃차 2인)을 지참하고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연꽃빵 1박스가 함께 제공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 수량 소진 시, 제공 상품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