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읍내에서 백마강을 건너면 바로 규암면 규암리다. 강 하나 건넜을 뿐인데, 마을 분위기가 읍내와 사뭇 달라 어리둥절하다. 20~30년쯤 세월을 거슬러 오른 듯한 시골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이래 봬도 규암리는 해방 전후 200여 가구가 살았던 큰 마을이었다. 1930년대 규암장터가 생기면서 규암나루터에 수많은 배가 드나들었다. 마을 거리에는 부여 최초의 극장과 백화점도 있었고, 선술집과 여관이 즐비했다.
1968년 백제교가 놓이면서 상권이 부여읍으로 옮겨갔고, 주민도 마을을 떠났다. 규암리의 호시절이 그렇게 끝났다. 빈 점포, 빈집이 늘자 규암리는 긴긴 침체기에 빠졌다. 그러던 규암리에 4~5년 전부터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유휴 공간이었던 1930년~60년대 근대건축물들이 원형을 살린 공예공방으로 고쳐지고, 이곳에 공예작가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공방과 함께 카페, 레스토랑, 한옥 스테이, 빵집 등 여행자를 위한 편의시설도 함께 들어섰다. 쇠락했던 마을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 마을 안에서 염색, 목공예, 한지공예, 손뜨개 공예 등 다양한 공예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규암리 공방거리의 자랑거리다. 공방 간 거리가 도보 5분 전후인 것도 매력적이다. 공예 체험 대부분이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공방에 전화 문의 후 방문해야 한다.